-
진순희 - 정류장의 보퉁이시(詩)/시(詩) 2015. 4. 17. 11:10
시외버스주차장
버리고 간 물건처럼 사람 하나 뚝 떨어져 있다
보퉁이 하나 들고
엉거주춤 구부정한 저녁을 맞는 백발의 노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벚꽃 같은 봄날들
흰 구절초 같은 노령의 시간이 매달린
어스름한 시간
훠이훠이 젓는 손짓이 공허하다
손때 묻은 보퉁이
스치는 바람에도 네 귀가 풀릴 듯 헐겁다
저 속에 노파의 생애가 꼬깃꼬깃 접혀있을까
보퉁이 하나로 처리된 노파가
불안을 껴안고 서있다
어둠은 물감처럼 천천히 풀어져
구멍 뚫린 기억 속으로 미끄러지고
달려드는 불빛에
노파는 구석으로 밀려난다
(그림 : 김명숙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제천 - 꿈이 되어 (0) 2015.04.18 최연수 - 재봉골목 (0) 2015.04.17 이효녕 - 그리움이 아름다운 날 (0) 2015.04.16 류성훈 - 과도 (0) 2015.04.14 고형렬 - 꽃씨 (0) 201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