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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나무 그늘에 앉아시(詩)/이준관 2015. 4. 12. 18:43
콩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뙤약볕을 가리기엔
나무 그늘은
그들의 머리에 두른 수건처럼
너무 작다.
뙤약볕에서 쉬임없이 울어대는
매미가 안쓰러워
가끔 매미가 우는 나무에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며,
그들은 갈퀴 같은 노동의 발을
내놓고 쉬고 있다.
언젠나처럼 그들에게 허락된
푸른 그늘의 휴식은 너무 짧은 것.
다시 뙤약볕에
허리를 굽히면
톱밥난로처럼
빨갛게 달구어지는 그들의 몸.
그러나
이렇게 달구어진 그들의 몸은
겨울이면 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톱밥난로처럼
포근한 휴식을 줄 것이다.
나무 그늘이 그러했듯이.(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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