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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 올레, 그 여자시(詩)/손세실리아 2014. 9. 14. 13:03
숨을 데가 필요했던 게지
맺힌 설움 토로할 품이 필요했던 게지
절대가치라 여겼던 것들로부터
상처받고 더러는 깊이 배신당해
이룬 것 죄다 회색도시에 부려놓고
본향으로 도망쳐와
산목숨 차마 어쩌지 못하고
미친 듯 홀린 듯
오름이며 밭담이며 등대 이정표 삼고
바닷바람 앞장세워 휘적휘적 쏘다니다
설움 꾸들꾸들해질 즈음
덜컥 길닦이 자청하고 나선 여자
처처 순례객들 길잡이가 된 여자
그러다 정작 자신만의 오소록한 성소 다 내주고
서귀포 시장통 명숙상회 골방으로 되돌아온 여자
설문대할망의 현신이니
여전사니 말들 하지만
알고 보면 폭설 속 키 작은 애기동백 같은 여자
너울 이는 망망바다 바위섬 같은 그 여자
밭담 : 제주 지역에서 돌을 이용하여 밭의 가장자리를 쌓은 담.
돌을 이용하여 밭의 경계를 구분 지었던 것인데, 밭의 경계도 되고 바람과 방목하는 마소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도 하였다.
제주 밭담은 6천400㎞인 만리장성보다 훨씬 긴 약 2만 2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래서 검은 용이 용틀임을 하듯이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 밭담을 흑룡만리(黑龍萬里)라고 한다.
(그림 : 황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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