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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 미망의 노래시(詩)/신달자 2014. 8. 15. 19:08
우리는 무엇을 나누었는가
시간을 붙들고 얼굴을 마주하던
몇 년의 세월에도
꼭 같은 거리쯤에 서 있는
우리들 사이로
눈보라가 날린다
시대의 찬비 뿌리고 간다.
내 마흔의 혁명은
먼 바다 고도에서 울고 있고
나의 절망은 암초에 걸려
다시 허리가 꺾이니
결코 좁혀질수 없는
먼먼 거리에
떫은 바람만 머뭇거리고
이름도 없는 별 두 개가
제각기 제 빛을 거두어 들인다
그대여
사람과 사람이
어디까지 가까울 수 있느냐
친할 수 있다고 하더냐
어제도 마지막 골목에서 돌아서고
오늘은 그 좁은 골목마저 간 곳이 없구나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길 우리의 장소는 어디에 있을까
노을이 지는 거리에 서서
불 켜지는 집들을 바라볼 때
어둠은 차라리 우리들 마음에
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하는 황무지
무명 찢어지는
비명만 외치던 곳에
온화한 미소로 들어앉은 그대여
오늘은 신사동 하늘에
낮게 먹구름이 덮히고
다락방에 숨어 들어가
젖은 마음을 구름에 부치니
그대여 두어 방울 떨어지는 어깨의 비
그것은 비가 아니다
그대 옷 속을 파고드는 비
그것은 비가 아니다
호올로 내가 키우는
눈물의 눈물
심장이 뛰는 살아 있는 핏덩이
진실로 그대에게 전해야 할
미망의 잠꼬대를 들어 주어라.(그림 : 박혜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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