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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어허 달구시(詩)/신경림 2014. 7. 23. 21:51
어허 달구 어허 달구
바람이 세면 담 뒤에 숨고
물결이 거칠면 길을 옮겼다
꽃이 피던 날은 억울해 울다
재넘어 장터에서 종일 취했다어허 달구 어허 달구
사람이 산다는 일 잡초 같더라
밟히고 잘리고 짓뭉개졌다
한 철이 지나면 세상은 더 어두워
흙먼지 일어 온 하늘을 덮더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차라리 한세월 장똘뱅이로 살았구나
저녁 햇살 서러운 파장 뒷골목
못 버린 미련이라 좌판을 거두고
이제 이 흙 속 죽음 되어 누웠다
어허 달구 어허 달구달구소리 : 시신을 땅에 묻고 흙과 회를 다지며 부르는 노래.
지방마다 그 노랫말과 음악이 다른데 대체로 인생의 허무함과 삶의 어려움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림 : 육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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