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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 흰죽 한 그릇시(詩)/고영민 2014. 5. 28. 12:54
무엇을 먹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울 때는
비싼 정찬을 먹을 때가 아니라
그냥 흰죽 한 그릇을 먹을 때
말갛게 밥물이 퍼진,
간장 한 종지를 곁들여 내온
흰죽 한 그릇
늙은 어머니가 흰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가스레인지 앞에 오래 서서
조금씩, 조금씩
물을 부어 저어주고
다시 끓어오르면 물을 부어주는,
좀 더 퍼지게 할까
쌀알이 투명해졌으니 이제 그만 불을 끌까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죽만 내려다보며
죽만 생각하며 끓인
호로록,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떠 죽 위에 쓰윽,
그림을 그리며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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