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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 초가(草家)시(詩)/이육사 2014. 3. 7. 15:07
구겨진 하늘은 무근 얘기책을 편듯
돌담울이 고성(古城)가티 둘러싼산(山)기슬
박쥐 나래밑에 황혼(黃昏)이 무쳐오면
초가(草家) 집집마다 호롱불이켜지고
고향(故鄕)을 그린 묵화(墨畵) 한폭 좀이쳐.
띄염 띄염 보이는 그림 쪼각은
압밭에 보리밧헤 말매나물 캐러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소리에 반해
빈바구니 차고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뺨우에 모매꽃이 피엿고.
그네줄에 비가오면 풍년(豊年)이 든다더니
압내강(江)에 씨레나무 밀려나리면
절믄이는 절믄이와 떼목을타고
돈 벌러 항구(港口)로 흘러간 몇달에
서리ㅅ발 입저도 못오면 바람이분다.
피로가군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놈이 북극(北極)을 꿈꾸는데
늘근이는 늘근이와 싸호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애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洞里)의 밀고자(密告者)인 강(江)물조차 얼붙는다.(그림 : 신영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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