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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 우산도독시(詩)/문정영 2014. 2. 19. 12:05
내가 가졌던 딱 하나 우산 잃어버린 후
내 안의 우산꽂이에 다른 우산 꽂지 않았다
비만 오면 나는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였다
한 땀 한 땀 살갗 속으로 파고드는 비
찔레꽃 가시에 꽂혀 흐르는 비
햇빛 쨍쨍한 날에도 비는 멈추지 않았고
그 잃어버린 우산 하나
내 기억 속에서 여우비처럼 멀어져갈 때
7월 어느 모임에서 나는 반짝이는 우산 하나 발견했다
마음이 흔들렸다
모임 끝나고 가장 먼저 그곳 빠져나오며
새하얀 우산 하나 옆구리에 꽂고 나왔다
그녀가 내 안에 꽂힌 날이었다
(그림 : 황규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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