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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 더 깊은 눈물 속으로시(詩)/이외수 2014. 2. 17. 12:35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우리들이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헤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속으로
더 깊은 눈물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그림 : 홍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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