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에
볼근 가슴을 비벼대던 아 젊은 날은
나와는 제일 먼 곳에서
사연 많은 긴긴 편지만 보내고 있어
편지 안에 흐트러진 긴 이야기엔
이렇다 할 아까운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건만
먼먼 호수가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낙엽을 말아 낙엽을 피워
보얀 연기 속에 누워야 한다
슬픔이 오고 가는 모퉁이에선
작별을 하여야 했다
긴 세월 속에 어린 나를 보내야 했다
아름다운 나의 목숨을 바칠 그러한 사람이 없어도
긴 세월 속에 나는 나를 묻어야 한다
오늘도 꽃 속에서 바스라지는 웃음 소리가 들려
볼근 가슴을 피어올리던
저 하늘가 가까이 또 하나오지 못할 사연의 긴 편지가 떨어져 온다
(그림 : 이황 화백)
'시(詩) > 조병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병화 - 늘, 혹은.. (0) 2014.02.14 조병화 - 인생은 (0) 2014.02.14 조병화 - 황홀한 모순 (0) 2014.02.11 조병화 - 낙엽 (0) 2014.02.06 조병화 - 첫사랑 (0) 2014.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