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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 잔설(殘雪) (편지 4)시(詩)/나희덕 2014. 1. 15. 14:48
잔설처럼 쌓여 있는 당신
그래도 드문드문 마른 땅 있어
나는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폭설이 잦아드는 이 둔덕 어딘가에
무사한 게 있을 것 같아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층층나무, 가문비나무......
나무 몇은 아직 눈 속에 발이 묶여 오지 못하고
땅이 마르는 동안
벗은 몸들이 새로운 빛을 채우는 동안
그래도 이렇게 발 디디고 삽니다
잔설이 그려내는 응당과 양달 사이에서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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