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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석주 - 엽서 3
    시(詩)/장석주 2014. 1. 8. 15:02

     

     

    사랑은 노래처럼 의지를 앞질러
    입술을 간질이며 지나갑니다

     

    그걸 의지의 빈곤이라고 크게 낙담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랑의 속성이었지요

     

    예전엔 사랑은 강철의 무지개라고 믿었지요
    그건 황홀하게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마구 헝겊처럼 헤집어 놓는 위험한 것이라고요

     

    사랑은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지요
    남쪽 항구를 여행하다가
    항구를 향해 뱃머리를 가지런히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고
    저거다, 사랑은 저런 모습니다, 라고 소리쳤지요

     

    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험란한 물길 몇 굽이 건너 황혼 속에 깊은 안식에 드는
    저 배들과 같이, 조금은 깨지고 부서졌지만
    늠름히 다음 향해를 꿈꾸며 깊은 잠에 드는
    저 배들과 같이, 돌아와 님의 품에 잠들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은 노래처럼 내 의지를 앞질러

    입술을 간질이며 지나갑니다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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