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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 가을날, 다행이다시(詩)/황동규 2013. 12. 30. 11:24
며칠내 가랑잎 연이어 땅에 떨어져 구르고
나무에 아직 붙어 있는 이파리들은 오그라들어
안 보이던 건너편 풍경이 눈앞에 뜨면
하늘에 햇기러기들 돋는다.
냇가 나무엔 지난여름 홍수에 실려 온
부러진 나뭇가지 몇 걸려 있고
찢겨진 천 조각 몇 점 되살아나 팔락이고 있다. 쥐어박듯 찢겨져도 사라지긴 어렵다.
찢겨져도 내쳐 숨쉰다.
검푸른 하늘에 기러기들 돌아온다.
다행이다.
오다 말고 되돌아가는 놈은 아직 없다.
오다 말고 되돌아가는 하루도 아직은 없다.
오늘은 강이 휘돌며 모래 부리고 몸을 펴는 곳나그네새들과 헤어진 일 감춰둔 곳을 찾아보리라.
(그림 : 하종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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