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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 함박꽃 그늘 아래서시(詩)/복효근 2013. 12. 12. 22:08
어느 아득한 눈나라 북녘에서 왔을까
백두대간 지리산 능선에는
하 눈부셔서
눈감아야 오롯하게 보이는 꽃 있어
함박꽃, 산목련이라고도 부르는 그 꽃
지그시 눈감고 들여다보면
불타는 꽃 심장 속
한 번도 내어준 적 없는 마음의 빛깔이랑
그 꽃 가슴 둘러싼 시원(始原)의 하늘빛도 비쳐와
여염집 키 큰 목련만 보아도 가슴 뛰는데
가시덩굴 바위틈
함박꽃, 그 꽃덩이 보면
나는 그만 숫총각이 되고 만다네
열아홉 숫총각이 되어
봉화산 영취산 속리산 태백산 금강산 넘어 넘어서 가면
이제껏 지도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어느 눈부신 나라
이 세상 맨 처음의 처녀 같은 함박꽃
그 꽃그늘 아래
한 천 년쯤 쉬어가고 싶네
(그림 : 김선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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