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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고래를 기다리며시(詩)/안도현 2013. 11. 23. 13:28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림 : 허필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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