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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솔숲에 머문 달빛처럼이나
슬픔이 갈앉아 평화론 미소되게 하소서
깍아 세운 돌기둥에
비스듬히 기운 연지빛 노을의
그와 같은 그리움일지라도
오히려 말 없는 당신과 나의 사랑이게 하소서
본시 슬픔과 간난은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짙푸른 수심일수록
더욱 연연히 붉은 산호의 마음을
꽃밭처럼 가꾸게 하소서
눈물과 말을 가져
내 마음을 당신께 알리려던 때는
아직도 그리움이 덜했었다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저
돌과 같은 침묵만이
나의 전부이오니
잊음과 단잠 속에 홀로 감미로운
묘지의 큰 나무를 닮아
앞으론 묵도와 축원에 넘쳐
깊이 속으로만 넘쳐나게 하소서사랑하는 이여
(그림 : 김복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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