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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 얼음 이야기시(詩)/김남조 2013. 11. 19. 18:51
서양의 사랑은
활활 불타서 재를 남기고
동양의 사랑은
서로 스치며 녹아
물이 되어 하나에 이른다고
누군가 말했었다
남, 북극의 만년설은
깜짝 놀라는
선연한 청옥빛인 걸
조금 부수어 팔기도 하는데
이를 수입한 나라들에선
작게 썰어
칵테일잔에 띄운다 한다
보통 얼음보다
네 배를 더디 녹으며
수정주사위 같고 신기하여
사람들은 술도 잊은 채
지켜본다던가
광석이면서
본질은 물이라
차갑고 투명한 물의 곤충들이
빽빽이 붐비며 꿈틀대고
실오리만한 균열에도
몸을 푸는 물방울들이
작은 운하처럼 운집하리라
소리없이 움직이는
공장 같으리
두 얼음 세 얼음이
스치고 녹아 물이 되어
끝내 하나에 이르듯
우리도 그리 된다면 좋을 것을
.... 사람아(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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