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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 사랑한 이야기시(詩)/김남조 2013. 11. 16. 20:41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
소녀의 원이라고
구김없는 물 위에
차겁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
무구한 소녀라
무슨 원이 행여 죄 되리까 만은
사랑한 이야기야
허구헌날 사무쳐도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글썽이며 목이 메도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가만가만 뇌어볼 이름임을
소녀는 아직어려 세상을 몰라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꽃이 지는 봄밤에랴
희어서 설운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
가이없는 눈벌에
한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몸이 덥 듯
귀여운 소녀라
무슨 원이 굳이 아껴우리만
사랑한 이야기야
내 마음 저며낼까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내 영혼 피 흐를까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눈매 곱게 그려 볼 모습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을 몰라
기막힌 이 이야기를 하랍니다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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