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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동주 - 별헤는 밤
    시(詩)/윤동주 2013. 11. 16. 17:46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그림 : 이혁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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