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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위훈 - 갯땅쇠가 천민이다
    시(詩)/시(詩) 2022. 7. 1. 16:01

     

    갯벌은 바닥을 딛고 설 무진장 텃밭

    물때만큼이나 멀어져 비루해진 생의 간극은

    내내 지고 가야 할 업장이거나

    노 없이 건너야 할 삼도천이거나

    발목 빠진 뻘장화의 안간힘 같은 거였다

    땀방울마저 벼리는 갯바람 둘둘 말아 허리춤에 괸

    해당화, 씨방 그 단단한 묵음은 아프락사스다

    꺼지지 않는 물불 삭이며

    천민(賤民)의 슬하라 자처하는 갯땅쇠

    물결의 호흡 같은 겹겹 주름평야 일궜다

    허공의 처음이 바닥에서 시작된 것처럼

    달의 짓무른 아가미가 누겁의 숨결로 빚은 거기,

    새랍 너머 뻘밭은 영원의 포대기다

    살아 허물 많아도 내남없이 품다보면

    그 허물 연되어 멀어진 당신과 나,

    연리지같이 친친 이어줄 것 같다

    다름과 너나들이한다는 건

    거 있잖여, 아따 그냥반 말여 당신,

    무고혀 벼랑 끝으로 내몬 그 숭한 이, 멍가슴에 품은 일

    갯벌은 아니, 갯땅쇠는 그려

    제 한 품만 있으면 오만 것 다 품을 줄 안당게

    잘 구운 쌍판에 펄을 처바르고 좋아라하는

    저기 저 무지렁이 천민(天民)들 좀 보소

    보살이 뭐 따로 있남

    허물을 허물 줄 아는 갯땅쇠가 보살이지,

    새랍 : 대문의 전라도 말

    (그림 : 박천복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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