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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서 - 그런 적 있지시(詩)/시(詩) 2022. 4. 9. 16:59
그런 적 있지
아내와 딸이 집을 비운 날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 피운 적 있지
그런 적 있지
김치찌게 끓여준다 큰소리쳐놓고
아무리해도 맛이 안 나 라면 수프 넣었지
그런 적 있지
개에게 좋지 않을 줄 알면서도
집 개 두 마리와 삼겹살 구워 함께 나눠먹었지
그런 적 있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찬장 안 들기름병 뒤에 숨겨둔
소주 꺼내 홀짝홀짝 남모르게 마셨지
그런 적 있지
세탁기 애벌빨래 후 섬유유연제 넣고 헹굼, 탈수
귀찮아 코스 버튼 눌렀지
그런 적 있지
벽에 걸린 가족사진 바라보며 앞에서 못한 말
사랑한다고 혼자 떠들어댔지
그런 적 있지
하늘이 모르고 땅이 몰라도
집안에서 지켜보던 개는 다 알지
그런 적 있지
(그림 : 노상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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