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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성별 불문하고 어른은 삼춘으로 통한다
난 곳 성씨 집안 같은 거 따질 것 없이
이웃 간도 생전 본 적 없는 사람까지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이름 뒤에 삼춘, 한다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북쪽 남쪽이 다르고 동쪽 서쪽은 멀기만 한데
신기하게 삼춘만은 다 같은 삼춘이다
항렬로는 아버지 형제이니
삼춘의 아들도 딸도 사촌이 되고
동네방네 가차운 촌수를 죄 붙여서는
모두가 한 집안이고 괸당이다
일 년 몇 번씩 입도해도 나는 뭍 것이라
아직 닁큼닁큼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감귤이나 까먹으며 삼춘의 내력을
곰곰 생각해보는 것인데
파도에 헐고 바람에 깎여 여기저기 모난 데를
따뜻한 벳이 녹여주는 말인 거라
먼 조카는 따져도 가까운 삼춘은 따지지 않는다지
두루뭉수리 관계를 묶는 이 촌수가 좋아서
왕래하는 일가친척이 적은 내게
누가 삼춘하고 불러주면
넙죽넙죽 받아서 한통속이 되고 싶은 거다
괸당 : 권당(眷黨)에서 비롯된 말로, 친인척을 뜻하는 제주도 말.
혈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섬 지역 특유의 정서를 일컫는다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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