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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성해 - 뒤통수 연가
    시(詩)/문성해 2021. 12. 30. 14:07

     

    나는 점점 마주 오는 사람과 눈 마주치지 못하고

    괜히 개하고나 눈 마주치다

    그 개가 그르릉거리는 소리라도 하면

    얼른 시선을 땅바닥으로 내리깐다

    나는 점점 마주 오는 사람이나

    마주 오는 개보다는 오히려

    앞서 걷는 사람의 뒤통수가 이리 편안해지니

    나는 이제 안전하고 무고하리라

    아침 공원에서 뒤통수들과 안면을 트고

    뒤통수들을 품평하고 뒤통수들과 사랑을 한 지 여러달

    이제 낯익은 뒤통수라도 만나면

    달려가서 뒤통수를 치고 싶어진다

    연신 삐딱거리다가 끄덕거리는 것을 보니

    그도 나를 알아본 모양

    내 뒤통수가 괜히 가렵거나 스멀거린다면

    내 것도 누군가를 알아보았단 증거

    그때는 조용히 뒤통수의 일은 뒤통수에게 맡긴 채

    걸어가면 될 일이다

    내 뒤통수는 이제 많은 것들과 실실거릴 것이다

    이것이 뒤태를 가진 자들의 살아가는 힘

    마음에 드는 뒤통수를 만나면 쫓아가서 알은 체를 해보라

    우리는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겼으니

    (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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