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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 소래포구 스케치시(詩)/시(詩) 2021. 12. 6. 15:29
짭조름한 아침
“어물전 망신 꼴뚜기유
제 맴은 덤 이유”
비린내를 가득 물은 구름이 밀물진 바닷가
포구 앞 굴비처럼 늘어선 인파 속
팔딱팔딱 뛰는 상인들
앞에는 수북이 쌓인 꼴뚜기가
날개 돋친 듯
사람들의 시장바구니 속으로 옮겨 타고 있다
“첨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음용”
꽃게발가락처럼 크게 벌린 상인
손가락이 꼼짝없이 지폐에 물려 쓰러진다
근심과 한숨은 다들 집에 놓고 온 듯
이곳에서는 식민지가 된 웃음
활짝 편 얼굴과 싱싱한 소리를 한 아름씩 담아가는 사람들
뒤로 지느러미를 포구에 담근 소래산이
구름을 걷어 올려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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