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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중 - 마로니에 블루스시(詩)/시(詩) 2021. 6. 30. 12:49
지나놓고 보면
사랑과 이념과 혁명도 불분명하다
세상은 수상하지만 역시 대학로에는
사각사각 깨물어먹고 싶었던
실패한 청춘의 달고나가 있다
토요일 마로니에공원 15시
은행나무는 가을의 늦은 퇴직서를 쓰지만
자연에 실직이란 이름 없다는 것쯤은 안다
나는 솜사탕을 들고 싶고
공갈빵에도 한참 동안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잊은 추억을 다시 살고 싶은 걸까
재잘거리며 걷는 연인들은 소양강 향어 같고
아이들이 공중을 걷어차는 태권도를 보면
내 휴경기에 들었던 가슴 밭은
파릇파릇 그 무엇으로 싹이 트나니
당신의 다크서클은 당신의 깊은 기도
우리는 이미 사랑을 앓을 나이를 지났지만
개밥바라기 스러진 이른 저녁 비로소
맑은 밀월이다(그림 : 박*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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