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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 구두 뒤축에 대한 단상시(詩)/복효근 2021. 6. 8. 13:46
겉보기엔 멀쩡한데
발이 빠져나간
구두 뒤축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았다
보이지 않은 경사가 있다
보이는 몸이 그럴진대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마음의 경사여
구두 뒤축도 없는 마음의 기울기는
무엇이 보정(補正)해주나 또
뒷모습만 들켜주는 그 경사를 누가 보아주나
마지막 구두를 벗었을 때
생애의 기울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인가
수평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어버릴 생이여, 비애여
닳은 구두 뒤축 덕분에 나는 지금 멀쩡하게 보일 뿐이다(그림 : 성승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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