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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 오후 서너시의 산책길에서시(詩)/시(詩) 2020. 7. 13. 17:11
꽃은 무릎 같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어려진다
그리하여 나는 나른하기만 한
내 앞을 지나가는 다정한 노부부의
무릎 나온 바지를 찬양하게 된다
땅에서 올라오는 직선은
허공에서 구부려지기 위해
발에 힘을 주고 있다
허공이 무릎을 구부리면
비로소 꽃이 되는가
꽃 앞에서
시간은 주름이 된다
사람도 나비도 벌도
주름을 따라 추억을 한없이 주둥이로 빨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꽃 앞에서 시간을 다림질하여 편 이는 없다
(그림 : 김해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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