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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 오늘의 사과시(詩)/시(詩) 2020. 3. 20. 14:35
흠과를 샀습니다
잘난 놈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시시각각 못생겼죠
요즘 시대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청문회 한 번 하면 다 나와요
기억이 안 난다고요?
퍽퍽한 사과입니다
멍이 많아요
익다가 설익다가 크기도 제각각이죠
간혹, 썩은 사과가 섞여 있지만
그건 자본주의의 핵심,
한두 개 쯤은 알고도 넘어가야 합니다
흠과를 먹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건
고전이에요
껍질을 깎으면
그놈이 그놈이더라고요
빨갛게 웃는 얼굴에 속지 말아요
그렇게 화도 낼 거예요
때깔 좋은 것보다 흠과를 선택하세요
갈아먹기도 괜찮아요
장담하건대,
오늘은 죽지 않을 겁니다
빨간 사과가 독 사과잖아요
(그림 : 김호성 화백)
Alex Fox - Cava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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