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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을 바라보는 집사람이 공부 가기 전
식은 밥을 뜨다가 대뜸 쌀 맛이 없다고 한다
칠십 넘은 시아부지가 지은 쌀인데
내심 괘씸하고 서운해도
당신 입맛이 늙었다고 얼버무리는데
가슴 한편이 뻥 뚫렸다
식구들 모두 목욕탕 가고
혼자 밥을 안치는데 쌀이 부족하다
이태 전 논농사로 지은 쌀이 동이 난 것이다
이미 쌀을 사먹으란 말은 들었는데도
모친께 확인전화를 한다
아 쌀 떨어졌나 그럼 마트에서 한 포 사라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화를 끊고 나니
이미 아들 가슴은 뚫렸는데
노인네 가슴에 또 다른 구멍을 낸 못난 큰아들 귀로
모친 수화기 놓는 소리가
치악산 비로봉의 날벼락 치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그림 : 박주호 화백)
George Davidson - Somewhere In My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