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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봉교 - 밥맛
    시(詩)/서봉교 2020. 3. 6. 10:39


     

    오십을 바라보는 집사람이 공부 가기 전

    식은 밥을 뜨다가 대뜸 쌀 맛이 없다고 한다

    칠십 넘은 시아부지가 지은 쌀인데

    내심 괘씸하고 서운해도

    당신 입맛이 늙었다고 얼버무리는데

    가슴 한편이 뻥 뚫렸다

    식구들 모두 목욕탕 가고

    혼자 밥을 안치는데 쌀이 부족하다

    이태 전 논농사로 지은 쌀이 동이 난 것이다

    이미 쌀을 사먹으란 말은 들었는데도

    모친께 확인전화를 한다

    아 쌀 떨어졌나 그럼 마트에서 한 포 사라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화를 끊고 나니

    이미 아들 가슴은 뚫렸는데

    노인네 가슴에 또 다른 구멍을 낸 못난 큰아들 귀로

    모친 수화기 놓는 소리가

     

    치악산 비로봉의 날벼락 치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그림 : 박주호 화백)

     

     

     

    George Davidson - Somewhere In My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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