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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속 깊은 강물에 농을 걸어
저렇게 잇몸까지 하얗게 드러내고
종일 깔깔거리게 하는가
누가 겨우내 식었던 몸을 더듬어
어디라고 할 것 없이 푸른 솜털까지 일으켜 세우며
거친 숨소리를 아지랑이로 뱉어내게 하는가
누가 나무들의 은밀한 물길을 터뜨려
색색의 꽃으로 활짝 열어놓고
사정없이 화정(花情)을 쏟아내게 하는가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의 손길에 화들짝 놀라
고목나무가 바라보는 강변의 봄, 바람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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