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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 소리가 창신동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담장이 막다른 대문을 맞춰 다리면
원단 묶음 실은 오토바이가 주름을 잡았다
스팀다리미 수증기 속으로
희망도 샘플이 되던 겨울
어린 객공은 노루발을 구르다 손끝에 한 점
핏방울을 틔우곤 했다 짧은 비명이
짓무른 패턴에 스미면,
엉킨 실은 부풀어 오른 손가락 감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이었다
이제 그 슬픔도 완제품이다
붕대처럼 동여맨 구름
자수의 밤하늘은 그녀의 눈물을 진열한 쇼핑센터가 아닐까
화려하게 화려하게
너무나 눈이 부셔서
쪽가위처럼 날카로운 바람에
이따금 실밥처럼 잘려나가는 유성을 보았다(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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