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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 나의 노래는시(詩)/시(詩) 2020. 1. 3. 13:21
당신의 손을 보면서
당신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사주고 싶었다
조용조용 당신만 들으라고 종일 노래를 불렀다
나는 구석에서
빛나는 세계를 떠올리지 않았다
오래 걸어 확확 거리는 발바닥이
내가 아는 가장 중요한 말
혼자 추는 춤
나는 노래를 부르지
견고한 것들은 내 것이 아니야
잘못이 없는
당신은 늘 저만큼 서 있어
무엇이 날 데려가지?
물고기처럼 몸을 좌우로 흔드는 기억들
꼬리뼈가 굳어서
움직일 수 없는 밤
세상 모든 사이로
당신이 내려앉는다
내려앉는다 오래
윤곽도 없이 희미해진 나는
당신 손에 쥐어줄 게 없어서
돌아오지 않을 산책을 가네
안녕은 어디에서나 나답지
슬프지 않지
(그림 : 김종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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