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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원 - 노년의 지하철시(詩)/시(詩) 2019. 11. 17. 13:50
몰랐습니다정말 몰랐습니다
정녕 갈아탄 적이 없는데
갈아타려고 계단을 오르내린 적도 없는데
노인 칸이라고 합니다
노인 구간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남았다는 친구들이 하나 둘
제 주위에 모입니다
삶의 현장에 있었던 친구
자식들을 출가시킨 친구들이
모여듭니다
몇 정거장 남지 않았다는 말에
멍하니 창밖을 보는 친구도 있지만
모두 동그랗게 모여
숙의(熟議)를 합니다
알차게. 아름답게.
모두 진지합니다
아뿔싸!
한쪽에서는
어떻게 지하철 순환선(循環線)을 갈아탈 수 없을까
턱도 없는 지혜도 짜내고 있습니다(그림 : 노태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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