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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번 만큼은 잊어버리지 않겠지
아들이랑 케이크 하나 사놓고 신랑을 기다린다
아홉 시가 넘어도 전화 한 통 없다
엄마, 둘이서 그냥 하자
기다리다 지친 아들은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기만 해 봐라, 이대로는 못살아
독 오른 뱀처럼 또아릴 틀고 앉아
대문쪽으로 귀를 열어놓는다
아들과 둘이서
촛불을 켜고 생일 노래 부르는 것,
작년 생일과 똑같다
새벽녘 술이 떡 되어 들어온 신랑
이랑아, 나랑 같이 살아줘서 고마워
쓰러지듯 누워 잠들 때까지
그 말만 중얼거린다
신랑과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밤을 새는, 나의 마흔다섯 번 째 생일날
(그림 : 나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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