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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의 굶주림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봇물이 엄청히 넘치는 두렁배미
무엇보다도 기뻐 노래하고
숲속에서 우는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한해를 점치며
허리를 굽히고
소중한 기대를 조심스레 쪼개어
물 속 깊이 꽂는다
못줄의 붉은 표식에서
피 묻은 숨결이 한 줌씩 묻어난다
어차피 이제 질긴 겨울은 가고
주린 창자를 조이며
싸리꽃 무성히 피어나는 산 둘레
「솥탱 솥탱」이 아니라
「솥 작다 솥 작다」하고
저리도 애타게 외치고 있나니
허리펴고 진종일 하늘을 우러르며
배짱으로 배짱으로
목숨 부지하는 일을 서슴없이 생각는다(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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