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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 수양버들시(詩)/김용택 2019. 9. 4. 14:16
너를 내 생의 강가에 세워두리.
바람에 흔들리는 치맛자락처럼 너는 바람을 타고
네 뒤의 산과 네 생과 또 내 생, 그리고 사랑의 찬연한 눈빛,
네 발 아래 흐르는 강물을 나는 보리.
너는 물을 향해 잎을 피우고
봄바람을 부르리. 하늘거리리.
나무야, 나무야!
휘휘 늘어진 나를 잡고 너는 저 강 언덕까지 그네를 타거라.
산이 마른 이마에 닿는구나. 산을 만지고 오너라.
달이 산마루에 솟았다. 달을 만지고 오너라.
등을 살살 밀어줄게 너는 꽃을 가져오너라.
너무 멀리 가지 말거라.
하늘거리는 치맛단을 잔물결이 잡을지라도
한 잎 손을 놓지 말거라.
지워지지 않을 내 생의 강가에 너를 세워두고
나는 너를 보리.(그림 : 노경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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