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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 밤에 쓰는 편지시(詩)/김사인 2017. 7. 8. 09:29
그대로 하여
저에게 이런 밤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비까지 내려 더 바삐 서두르고
우산이 없는 여학생 아이들은
무거운 가방을 들고 울상입니다.
팔다리가 있는 짐승들은 모두
어디로 총총히 돌아갑니다.
그러나 저기
몇 안 남은 잎을 바람에 마저 맡기고
묵묵히 밤을 견디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빛바랜 머리칼로 찬 비 견디는
풀잎들이 있습니다.
그대로 하여
저에게 뜨거운 희망의 밤이 있습니다.
(그림 : 최정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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