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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 바다 앞에서시(詩)/문정희 2015. 5. 21. 12:06
문득, 미열처럼 흐르는
바람을 따라가서
서해 바다
그 서럽고 아픈 일몰을 보았네.
한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스러지고
주소도 모른 채
떠날 채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아, 자연
당신께 드리는 나의 선물은
소슬히 잊는 일뿐
더운 호흡으로 밀려오던
눈과 파도와
비늘 같은 욕망을
잊는 일뿐이었네.
잊는다는 일 하나만
보석으로 닦고 있다
떠나는 날
몸과 함께 땅에 묻는 일이었네.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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