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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왜 피리봉 쪽에서 오는지
마흔에 혼자된 하고댁은 먹구름이 피리봉에 엎드릴 때면
나락 베던 낫 놓고 욕을 하곤 했는데
피리봉 아래 절터골에 저승 살림 차린 영감
그렇게 일찌거니 딴실림 차렸냐고
죽어서도 보기 싫다며 욕을 해댔는데
염벵 염천얼 허네
염벵 첨벵을 허네 하면서 욕을 해댔는데
영감은 영감대로 부화가 났는지
침 튀겨가며 맞고함치듯 우렛소리에 마을이 찌렁거리고
벼락같이 쏟아진 비에 하고댁 몸빼가 젖고
어떨 땐 속곳까지 후줄근히 물 범벅이 되었는데
그럴 때면 꼭 하고댁은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꾸녁
염벵 씹벵 고두마리 씹벵 잠자리 눈꾸녁
욕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비 끝에 단풍은 피리봉부터
확확 달아오르고는 했는데(그림 : 김우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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