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 한 장 보냅니다.
열흘 밤 열흘 낮을
마주하던 백지
점하나 찍지 못한
이 마음 보냅니다.
백지가 아닌 막힘이 아닌
비어있음이 아닌
모름이 아닌
백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열려 있지만
결코 열려 있지 않은
문
한 평생애를 건 예술가의
투혼처럼
나를 녹여 들어 부은
인고의 백지
빛이라는 빛
모두 가슴에 재우고
차라리 하얗게 숨어 숨쉬는
설레는 언어
보냅니다.
근접 못 한
신의 말씀이 듯
충만한 백지
그대 병상에
두어송이 백합이 듯
이내 살 비치는
백지를 보냅니다.(그림 : 김병구 화백)
'시(詩) > 신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달자 - 백치 애인 (0) 2014.08.15 신달자 - 잎차 한 잔 (0) 2014.08.15 신달자 -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0) 2014.08.15 신달자 - 섬 (0) 2014.08.15 신달자 - 미망의 노래 (0) 201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