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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아버지 안오성과 어머니 임홍교의 4형제 중 맏이로 태어났다. 대구 아양국민학교,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구 대건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문예반 '태동기문학동인회'에 가입하여 홍승우·서정윤·박덕규·권태현·하응백·이정하 등의 선후배들을 알게 되었고, '학원문학상' 등 전국의 각종 백일장과 문예 현상공모에서 수십 차례 상을 받았다.
1980년 원광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하였고, 대구에서 발간되던 통신문학지 《국시》 동인으로 박기영·박상봉·장정일 등과 함께 활동하였다. 대학 시절 최정주·최문수·권강주·정영길·김영춘·백학기·이진영·이요섭·이정하 등 선후배들을 알게 되어 이들과 '원광문학회'를 결성하였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당선되었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었다.
1985년 2월 이리중학교 국어교사로 부임하면서 교직생활을 시작하였으나, 1989년 8월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리중학교에서 해직당하였다. 이후 1994년 2월까지 전교조 이리익산지회에서 일하면서 김진경·도종환·배창환·조재도·정영상·조성순·조현설 등과 함께 '교육문예창작회' 활동을 하였다. 1994년 3월에 전라북도 장수 산서고등학교로 복직되어 일하다가 1997년 2월 교사직을 그만 두고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하였다.
1985년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출간하고 김백겸·고형렬·양애경·김경미·고운기 등과 함께 '시힘' 동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1988년에는 이광웅·정양·김용택·이병천·박남준 등과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 결성에 참여하였고, 199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지회 결성에 참여하였다. 1996년 제1회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1998년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0년 원광문학상, 2002년 제1회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모닥불》(1989),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그리운 여우》(1997), 《바닷가 우체국》(1999),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등의 시집과 《연어》(1996), 《관계》(1998), 《짜장면》(2000), 《증기기관차 미카》(2001) 등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리고 산문집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1998), 《사람》(2002) 등이 있다.어른들을 위한 동화 신드롬을 일으킨 <연어>.1997년 출간된 이래 지난 해엔 75만부 판매부수를 돌파했고, 100번이나 새롭게 인쇄된 베스트셀러인데,<연어>의 작가 시인 안도현은
1980년대 초반에 등단해,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성취한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안도현의 어린 시절 꿈은 소설가가 아닌 시인으로
고교시절부터 각종 신춘문예에 시를 투고하기 시작했고, 대학 4학년 때 본격적으로 데뷔하였다.그의 데뷔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은 조선 말기 농민운동의 대명사, 녹두장군 전봉준을 통해
시대의 현실을 드러내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대, 청년들의 애송시가 되었다.이렇게 문학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믿었던 그는 교사가 되고, 전교조 운동에 참여하면서 해직교사가 되었다.
이 힘든 시기에, 소설 <연어>의 초안이 만들어졌고 꾸준히 써오던 안도현의 시 세계도 큰 변화를 맞았다.
거대한 사회개혁보다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이 때, 그의 대표적인 시, <너에게 묻는다>가 탄생하였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은, 올해 초 발표한 신작 시집에도 이어진다.
이 시집의 2부에는 맛깔스런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그의 음식에 관한 시 <무말랭이>를 감상해볼까요?외할머니가 살점을 납작납작 하게 썰어 말리고 있다
내 입에 넣어 씹기 좋을만큼 가지런해서 슬프다가을볕이 살점 위에 감미료를 편편(片片) 뿌리고 있다
몸에 남은 물기를 꼭 짜버리고
이레 만에 외할머니는 꼬들고들해졌다
그해 가을 나는 외갓집 고방에서
귀뚜라미가 되어 글썽글썽 울었다
크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안도현의 낮은 목소리는 오랜 동안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그것은 아마도 안도현이 이 시대 우리가 잊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하는 작가이며,
그가 비춰낸 세상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우기 때문은 아닐까.(시평)최기종 평설
삶이란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에서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도현 시 <연탄 한 장> 전문 -
안도현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군대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막 복학했을 때이다. 첫 인상이 아주 친근하고 신선했다. 특히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안도현 시인의 시가 독자를 문득 놀라게 하는 이유를 나는 그 눈에서 찾았다.
그리고 잊지 못할 기억도 있다. 그 당시 우리학교에는 문학동아리가 많았는데 동아리 통합 문제로 안 시인과 서넛이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서로 왈가왈부하면서 시비가 붙었는데 정도가 과하니까 안 시인이 ‘그만 하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맥주로 머리를 막 감는 것이었다. 우리는 헐레벌떡 열이 식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기서 안 시인의 강단 넘치는 에너지를 보았다고나 할까 하여튼 안 시인의 기발한 착상은 반짝이는 눈의 포착력과 깊고 깊은 시심에서 나온다고 할까 보다.
안 시인의 시 <연탄 한 장>은 제4시집 초반부에 실려 있다. <너에게 묻는다>가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연탄 한 장>, <반쯤 깨진 연탄>이 뒤를 잇는데 모두 연탄이 그 소재다. 3행 단시 <너에게 묻는다>는 안 시인의 재주가 돋보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수작이었다. 이 시는 이기적이고 각박한 현실에서도 자기희생을 통하여 세상을 뜨겁게 하는 연탄에 대한 예찬이었다.
<너에게 묻는다>와 함께 <연탄 한 장>도 독자를 문득 놀라게 하는 재주가 돋보인다. 시 중반부의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며 후반부의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누군가가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드는 거'라는 착상은 눈의 각도가 유별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안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사물의 정령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고나 할까 어떻든 사람을 대하는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 이런 물상들에까지 미쳐서 그런 신선한 발상이 나온다고 본다.
1990년대는 안 시인에게 이별의 아픔이 컸던 때였다. 전교조 문제로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생계도 막막했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헤어져서 길거리를 낙엽처럼 굴러다니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연탄으로 난방을 해야 했다. 그렇게 연탄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그 착상이 시선하고 은유적이다. 겨울날 뜨끈뜨끈하게 방을 덥혀 주지만 자기는 연소되어 사라지는 연탄의 희생성이 따뜻한 이웃사랑으로 받아들여지고 민주화 길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안 시인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시는 1990년대 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쓴 것이다. 그러면서 그 당시 시대 상황과 결부된 자기 헌신성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다 희생된 열사들의 정신을 연탄의 희생성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시는 '삶이란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거'라고 단정하면서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겨울날 거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며 삶의 희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날 연탄차에 가득 실린 연탄이 방구들을 뜨겁게 하고 따스한 밥과 국물을 준다면 이것보다 더 큰 희망은 없을 것이다. 연탄은 온몸을 태워서 이웃 사랑을 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다.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고 자기 연소를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망실이 두려워서 자기희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시적 화자는 이런 연탄의 희생성을 자각하면서 연탄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를 성찰하게 된다. 사는 것이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인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죽어서 까지도 이웃사랑을 이어가는 연탄을 예찬하는 것이다. 눈 내려 미끄러운 언덕길을 누군가 마음 놓고 내려가게 만드는 연탄의 최후를 보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몰랐네', '되지 못하였네', '몰랐었네' 등의 각운은 시적 화자가 연탄과 같은 삶을 지향하겠다는 반어적인 다짐으로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시는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라고 한다. 시적 화자는 연탄의 자기희생과 헌신성을 통하여 자신을 성찰해 나간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연탄처럼 이웃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탄의 자기희생은 완전 연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죽어서도 미끄러운 언덕길에 으깨어져서 길 가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1990년대 격변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사가 되고 감옥에 가고 밥줄이 끊기기도 했었다. 자신을 연소시켜서 뜨겁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연탄처럼 자기 희생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안 시인은 이런 90년대 민주화 운동기를 겪으면서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거라며 시적 화자는 물론 독자에 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全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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