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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 모란의 연(緣)시(詩)/류시화 2014. 1. 3. 22:25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그림 : 노숙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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