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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시방 추적추적 비 내리는 광경을
꼼짝없이 하염없이 또 덧없이
받아들이네.
이러구러 사람은 늙는 것인가.
세상에는 볕이 내리던 때도 많았고
그것도 노곤하게 흐르는 봄볕이었다가
여름날의 뜨거운 뙤약볕이었다가
하늘이 높은 서늘한 가을 날씨로까지
이어져 오던 것이
오늘은 어느덧 가슴에 스미듯이
옥타브도 낮게 흐르네.
어찌보면 풀벌레 울음은
땅에 제일 가깝게
가장 절절이
슬픔을 먼저 읊조리고 가는 것 같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노래할까나.
아, 그것이 막막한
빈 가을 빈 들판에 비 내리네.
(그림 : 신창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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