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전윤호

전윤호 - 보석상가

누렁이 황소 2023. 8. 13. 20:45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 그리워

종로3가로 갔지

전화 한 통화에 일주일을 견디고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비싼 표를 사던

단성사는 보석가게가 되어 있었네

히잡을 쓴 여자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저 골목은

우리가 연기 속에 삼겹살을 굽던 곳

이미 그는 없는데

나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건지

창덕궁으로 가는 길엔

화사한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꽃처럼 날아다니고

빨간 점퍼가 서러운 노인들이 그늘에서 막걸리 마시는 종로3가에는

나를 닮은 유령이 가로수로 서 있고

그때는 그리도 답답했던 순간들이

환한 불빛 속에서

보석으로 반짝이고 있더군

(그림 : 양종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