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병연 - 내 안의 역(驛)

누렁이 황소 2023. 8. 13. 20:32

 

사라져가는 꼬리를 놓지 않으려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렸다

 

당신이 있던 텅 빈 자리

 

당신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웅덩이처럼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함께한 결 고운 한때를 떠올리다가

나는 또 젖어 든다

 

고개를 저을수록 항복할 줄 모르는

내 안의 역

 

당신이 떠난 역은

수십 년이 지났어도 미련한 애인처럼 젖어 있고

 

그곳에는 마르지 않는 꽃이 산다

(그림 : 노태웅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