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홍계숙 - 뻥튀기 공작소

누렁이 황소 2023. 8. 4. 12:08

 

화요일마다 뻥튀기를 사러 간다

 

방금 튀겨낸 강냉이,

헛헛한 시간을 달래기에 뻥튀기만 한 것이 없어

 

입에 넣고 깨물면 빠삭 부서지고 한 알 더 넣고 또 넣고

입 안 가득 고소한 냄새를 씹는다 뒤집는다

 

삼키지 말고 뱉어볼까

소리와 냄새와 감촉은 정직하고 채워지지 않는다

 

순간 미끄덩 넘어가고,

심장에서 마법사로 태어날 것 같은 뻥튀기

 

팡, 솟구친다

언어는 부풀고

죽은 아버지가 일어선다 살아있는 어머니가 쓰러지며 문장은 완벽해진다

 

나는 화요일을 뻥튀기 기계에 넣고 튀기는 꿈을 꾼다

자그만 날개를 꺼내며 벚꽃으로 눈송이로 사방으로 흩어지고

두 손으로, 두 귀를 펼쳐,

열 개의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종이에 프린터에 가방에 알갱이가 뛰어다니고

화요일로 가는 버스는 뜯지 않은 뻥튀기가 된다

 

뻥이요! 소리에

꽃과 열매 산과 바다가 쏟아진다

 

터지지 못한 생각들이 타다다 튀어 달아난다

(그림 : 김형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