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창환 - 건들거리네

누렁이 황소 2023. 7. 31. 15:02

 

범생이가 건들거리며

땅끝마을 바닷가를 거닐고 있네

바람도 없는데

파도도 조용한데

아직 못 해 본 일 많은데

범생이는 건들거리네

벙거지 눌러쓰고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제멋대로 건들거려보네

막힌 데 앞에서 돌아갔고

허물지 못하고 비켜 갔던

범생이의 한 생은 후회가 많아

제 몸 하나 건들거려보는 일에도

흥이 솟네

평생 못 안아본 사람

안아보고 싶기도 하고

평생 못 만져본 고래 .

만져보고 싶기도 하지만

부질없고, 헛되고, 망령스러워

다 잊어버리기로 하네

잊어버리고

그냥 건들거리기만 하기로 하네

(그림 : 허용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