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안정옥 - 구걸

누렁이 황소 2023. 7. 13. 15:04

 

날마다 사랑을 빼앗기고 있다 마르고 닳아

허리 굽혀 휴지로 살아갈 망할 세월

해는 어느 쪽에 박혔는지 모든 것 부스스하여

창밖 자주 보지만 나이든 사랑 별 볼 일 없어

부러지고 말문 막혀

사실 같은 사실 같지 않은 사랑 지천이어도

주워 모으기 어려운 사랑

바람투성이 거리

차 한 잔의 사랑 밥 한 그릇의 사랑 모여

내 몸의 수액 삼아

나는 오늘 늙지 않고 버틴다

(그림 : 이다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