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용택

김용택 - 쓸 만하다고 생각해서 쓴 연애편지

누렁이 황소 2023. 6. 25. 08:22

 

창문을 열어놓고 방에 누워 있습니다

바람이 손등을 지나갑니다

이 바람이 지금 봄바람 맞지요? 라고

문자를 보낼 사람이 생겨서 좋습니다

당신에게 줄 이 바람이 어딘가에 있었다는 게 이상하지요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들 하는데 이 말이 그 말 맞네요

차를 타고 가다 어느 마을에 살구꽃이 피어 있으면

차에서 내려 살구꽃을 바라보다 가게요

산 위에는 아직 별이 지지 않았습니다

이맘때 나는 저 별을 보며 신을 신는답니다

당신에게도 이 바람이 손에 닿겠지요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다음 토요일

만나면 당신 손이 내 손을 잡으며

이 바람이 그 바람 맞네요, 하며

날 보고 웃겠지요

(그림 : 설종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