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완하

김완하 - 내 몸에 그늘이 들다

누렁이 황소 2023. 6. 11. 15:39

 

햇살 속 걷다가

큰 나무 그늘에 들었다

나무는 나를 품고 생기가 돈다

그대가 드리운 사랑의 심연

출렁이는 파도 속에

하늘 걸려 있다

 

숲은 적요하다

그늘 속 가지를 뻗고

이파리 묻으며 자란다

작은 풀잎까지

가까이 불러 그늘을 키운다

 

그늘이 내 몸속에 들어온다

내가 그늘 속에 뒤섞인다

나무는 햇살과 그늘을 두고

허공을 끌어안는다

비로소 서늘한 길이 열린다

(그림 : 박영규 화백)